【안현실 칼럼】 서울대 공대의 승부수

【안현실 칼럼】 서울대 공대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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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과실연 포럼위원장,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칼럼】 2015. 11. 13 한국경제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서울대 공대의 승부수

“신문 등을 집어들 때마다 대학을 공격하는 기사와 맞닥뜨리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 가장 공통된 불만은 비싼 수업료, 눈덩이 같은 학생의 빚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불만도 많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커리큘럼, 학생이 제때 졸업하지 못하는 문제, 행정 등 교직원 급증, 교수진의 좌편향이나 부적절성, 부실한 교육 등 실로 다양하다.”

어느 나라 얘기일까. 헌터 롤링스 미국대학협회(AAU) 회장이 한 말이다. AAU는 연구와 교육에 강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선도 대학들의 조직으로 유명하다. 어느 나라건 대학에 대한 불만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단지 그런 불만이 실제 대학의 변화로 이어지느냐가 다를 뿐이다.

변화의 시동은 걸렸지만…

한국만 해도 그렇다. 대학에 대한 불만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특히 기업이 느끼는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하지만 국내 유수 대학들이 실제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그저 정부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게 전부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공대가 변신을 시작했다. ‘공대백서’를 통해 스스로 반성문을 써내는가 하면,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센터’를 설치하고, 기업 재직자를 위한 프로젝트 중심의 ‘공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하느라 연일 바쁘다. 아예 공대 캠퍼스를 ‘산학협력 클러스터’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까지 나왔다.

서울대 공대가 어떤 곳이던가. 한때 서울대 법대나 서울대 의대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는 게 아득한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의 의대란 의대가 다 채워지고 나서야 수험생이 눈을 돌릴까 말까 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내부적인 변화의 동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KAIST가 무슨 새로운 실험을 할 때마다 수세로 내몰리는 처지였다.

그런 서울대 공대가 스스로 변화를 작심하니 그 파급력이 정부보다 훨씬 크다. 사회적 반향부터 다르다. 사실 현 정부가 거창한 ‘공대 혁신방안’을 내놨지만 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모든 대학에 획일적 정책을 강요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지 않은가. 차라리 정부가 시시콜콜한 간섭만 안 하면 더 파격적인 실험도 감행할 분위기다.

“결국 기업이 대학을 바꾼다”

정부는 그렇다고 치고 문제는 대학의 이런 실험이 혼자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기업 역할론’이다. 김종엽 고려대 교수는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주최 ‘공학교육 혁신’ 세미나에서 ‘대학과 기업 간 생태계’를 강조했다. 교수는 기업으로, 기업에서 교수로 쌍방형 전직은 물론 쌍방형 교육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홍석 울산대 교수가 최근 ‘2015 기계의 날’ 세미나에서 한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독일을 예로 들며 대학을 바꾸는 건 결국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대 공대 졸업생 중 현장에 투입할 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며 쓴소리를 한 기업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이들 기업이 서울대 실험에 화답할 차례다. 기업이 대학에 분명한 시그널을 주고, 변화에 대한 보상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정부나 언론의 대학 평가보다 더 무서운 게 기업의 대학 평가 아닌가. 어차피 기업도 대학도 위기라는 점에선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다. 선진국을 보면 이럴 때 산학 협력이 활활 타올랐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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