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 칼럼] 다시 읽어보는 ‘과학자 헌장’

[한선화 칼럼] 다시 읽어보는 ‘과학자 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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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타임즈 – 과학의달 특별기고]

다시 읽어보는 ‘과학자 헌장’

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때로는 성경 구절에서 가르침을 얻곤 한다. 그 중 하나가 ‘달란트의 교훈’이다. 먼 길을 떠나는 주인이 세 명의 종에게 각각 한 달란트, 두 달란트, 다섯 달란트를 맡기고 떠난다. 여행에서 돌아온 주인이 종들에게 각자 받은 달란트로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보니 두 달란트와 다섯 달란트를 받은 종은 이를 바탕으로 장사를 해서 곱절의 이문을 남긴 반면,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땅에 파묻어 놓았던 한 달란트를 그냥 내어 놓는다. 주인은 이 종의 게으름을 꾸짖으며 가진 한 달란트마저 빼앗아 다른 종에게 준다는 이야기이다.

달란트는 신약이 씌어졌던 당시 매우 귀한 화폐의 단위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단어는 재능을 나타내는 ‘탤런트(talent)’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이기도 하다. 나는 이 교훈을 ‘부여받은 만큼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마음에 새기고 있다. 사람마다 부여받은 재능의 크기는 다 다르고,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모두 다르지만 이 재능을 세상을 보다 아름답고 편리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데 발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학과 기술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은 그 무게가 더욱 크다.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 ScienceTimes

반(反)과학적 사상과 과학이 대량파괴의 수단이 되는 것에 ‘저항’

세계과학자연맹이 1948년 제정하여 공포한 ‘과학자 헌장’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에 의해 인류 문명이 급격히 발전해 온 것을 과학자들이 목격함과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을 마치며 과학기술이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몸소 겪은 시대적 배경이 이 헌장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 헌장은 △과학자의 책임 △과학자의 지위 △과학자가 될 기회 △과학 연구의 조직 △후진국의 과학에 대한 지원 등 7개의 조항으로 되어 있는데 그 내용도 매우 세밀하여 작은 글씨로 A4 용지에 인쇄하면 7장에 달한다.

이 중에 특히 내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제1항인 ‘과학자의 책임’과 제2항인 ‘과학자의 지위’이다. 우선 과학자의 책임 부분은 과학자가 대중이 갖기 어려운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지식이 선용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과학자에 대한 책임으로 과학 연구의 건전성 유지, 지식의 억압과 왜곡에 대한 저항과 함께 과학적 성과를 완전히 공표하고, 인종과 민족, 분야를 초월하여 다른 연구자와 교류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책임으로는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가 당면한 경제, 사회, 정치적 제반 문제에 대하여 지니는 의미를 연구하고, 이것이 실행에 옮겨지도록 노력할 책임과 함께 과학이 인류 및 세계의 선과 평등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협력하여 노력할 것을 요구한다. 세계에 대한 책임으로 과학이 대량 파괴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반(反)과학적 사상에 저항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자의 책임은 현재 우리 과학기술계가 당면하고 있고, 정부가 과학계에 요구하고 있는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과 놀라울 만큼 일치하고 있다.

과학자 스스로 노력해 획득할 때만 정당하다

제2항의 과학과 과학자의 지위 부분은 처음에는 과학자의 권리와 처우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 내용은 과학자의 지위를 스스로 확보하기 위한 조언이 들어있었다. 과학자가 최선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과학자가 스스로 노력하여 획득할 때에만 그 정당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뼈아픈 충고이다. 이러한 정당한 존경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성과는 신속하게 개발되고 실제로 응용되어야 하며, 연구계획은 기초과학 본래의 발전 뿐 아니라 사회의 필요 모두를 고려하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과학자가 모든 단계의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뿐 아니라, 과학이 인류에 봉사하기 위해 현재 무엇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한다는 점도 담고 있다.

지금부터 근 70년 전에 작성된 과학자 헌장을 지금 읽어보니,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였으나, 과학기술인의 책임 의식과 정당한 사회적 존경을 받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는 오는 10일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부디 이번 심포지엄은 학자들 간의 토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인의 실천을 위한 도화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선화 (과실연 공동대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저작권자 2015.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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