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헷갈려 하는 한글 로마자 표기법_부경대 김선일 교수

Google+ Pinterest LinkedIn Tumblr +

발음 말고 ‘문자’ 기반으로 표기해 줄래?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K팝(K-pop)을 듣고 K드라마를 보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한국어를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외국인은 로마자 표기법을 통해 한글 읽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정작 외국인은 현 로마자 표기법을 보고 혼란스러워한다. 로마자 표기법은 외국인의 독해 편의를 도모하고 한국어로 된 정보를 세계에 더 잘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당사자인 외국인에게 그 목적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 로마자 표기법은 한글이 아닌 우리말 소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 적고 의미 전달은 무시한다. 예를 들어서 종(鐘)과 관련된 역사·문화적 지명인 ‘종로(鐘路)’를 ‘Jongno’로 적는다. 외국인이 ‘Jongno’를 가지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연음으로 왜곡된 소리를 로마자로 만드니 외국인이 로마자 표기를 보고 원래 한글 단어를 역추적하기 쉽지 않다.

로마자 표기법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몇십 년 동안 로마자 표기를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논쟁을 이어왔다.

김선일 부경대 물리학과 교수는 “로마자화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로마자화의 대상을 말소리로 착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로마자화의 개념은 비(非)로마자 언어를 로마자를 사용해서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소리가 아닌 ‘문자’가 로마자화의 대상이 돼야 한다. “‘Gwangalli’처럼 연속발음으로 한글을 왜곡하여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은 정보과학적으로 난센스다. Gwangalli(광안리)를 가지고 Gwangan Dong(광안동)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어 놨다”고 김 교수는 주장한다.

그래서 김 교수는 “초성-중성-종성으로 구성되는 한글의 철자 원칙에 따라 과학적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면 로마자로 한글의 뜻과 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되어 한글정보의 국제적 소통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긴 논쟁 끝에 정착된 현 표기법은 외국인이 알아듣기 쉽게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취지가 거꾸로 외국인들의 한국어 학습효율을 떨어트리고, 한국어의 세계화를 더디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외국인이 로마자 표기를 통해 의미 구분까지 할 수 있어야 표기법이 효용 있는데, 그 효용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제적으로 한글문자정보에 대한 머신리딩이 가능하도록 요구받는 것에 대비해 한글을 세계화하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적 요구에 부응하여 정보과학적으로 표기법을 손봐야만 세계인이 한글로 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글 로마자 표기법은 이미 네 차례나 개정됐다. 한 번 바뀔 때마다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렇지만 K콘텐츠의 진정한 세계화는 이제부터다. 한글이 세계적으로 더 많이 보급된 뒤에 교체를 추진한다면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그간 국내외 한글 로마자표기법의 차이 문제 해결에 주목해온 엄익상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로마자 표기법 교체에 드는 비용은 국내외 표기법의 차이에서 오는 혼동과 불편, 국가 브랜드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되는 경제적 손실 등의 비용에 비하면 크지 않다”면서 “지금이라도 표기법 개정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영 인턴기자

 

기사 원문 :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24&t_num=13607054

Share.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