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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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상임대표 칼럼] 넥스트 AI 경쟁력, ‘사용자 혁신’에 달렸다

  • 날짜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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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40659


AI기술 고도화 열쇠는 사용자 경험
공장은 ‘산업제조 AI 데이터’ 금맥
AI제조혁신 한국이 주도할 수 있어


‘혁신’이라고 하면, 대부분 공급자를 떠올린다. 현실은 다르다.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사용자 혁신’(user innovation)이다.

사용자는 무엇이 더 필요한지 잘 안다. 기회가 오면 해결책을 찾으려는 동기도 있다. 공급자 혁신가는 사용자에게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겠다는 것이지만, 사용자 혁신가는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혁신을 시작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사용자 혁신가는 직접 개발에 나서기도 하고, 유망한 공급자와 손잡고 문제 해결을 도모하기도 한다. 올림픽 요트 선수들의 창의적 영감으로 탄생한 소형 요트 Laser, 의사들의 끈질긴 요청으로 기업이 개발한 의료용 접착제 Indermil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진보 곡선과 기술확산 곡선 모두 ‘S 커브’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느리다가, 어느 시점을 지나면 가속도가 붙고, 이후 점차 한계에 도달하는 모양새다. 기술확산은 부분적으로 기술진보의 함수이지만, 그 전개과정은 다르다.AI 기술개발 등 공급자의 혁신이 미디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지만, 시장이 창출돼야 기술은 더욱 고도화될 수 있다. 또 그래야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술확산이 중요한 이유다.

기술확산 곡선은 시간에 따른 사용자의 누적치로 표현된다. 주목할 것은 기술확산이 정보확산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의 내용과 이점을 안다는 것과, 실제 활용으로 기대효과를 실현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기술 활용에 필요한 일부 지식은 표준적 방법으로도 충분할 수 있지만, 기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또 다른 지식은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지고 축적된다. 이른바 ‘암묵지’도 여기서 생겨난다. 사용자 혁신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AI가 산업과 경제, 사회를 확 바꿀 정도로 확산하려면 경험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촉발하려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얘기다.

에버렛 로저스(Everett M. Rogers)는 혁신확산 모형에서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접하려는 2.5% 사용자를 ‘혁신가’(innovators)로 불렀다. 공급자만이 아니라 사용자도 혁신가라는 뜻이다. 그 다음 13.5% 사용자는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s)라고 했다. 조기 수용자는 아직 남아있는 많은 잠재적 사용자(대중)의 선택에 방향타 역할을 한다. 이들을 합친 16%가 새로운 기술의 강력한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금지 빼고는 다 된다는 미국의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은 ‘16% 룰’로 불리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16%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해 볼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다.

혁신이 대중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만 협곡에 빠지고 마는 캐즘이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조정을 보여주는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 커브도 있다. 이들이 던지는 기본 메시지도 공급자와 사용자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이다.

지금의 생성형 AI가 발전하기까지 공급자 이상으로 사용자의 기여가 컸다. 구글 등 거대 기업이 시장의 반응에 민감해하는 사이 오픈 AI가 던진 승부수가 통했다. 기술확산을 이끄는 16% 사용자가 화답하며 공급자와 사용자 간 상호작용에 불을 붙인 것이다.

넥스트 전쟁은 피지컬 AI라지만 당장 데이터가 어디서 나올지만 생각해도 사용자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산업제조 AI로 눈을 돌리면 사용자 혁신의 중요성은 더욱 자명해진다. 산업제조 AI의 사용자는 공장이다. 공장은 데이터가 생성되는 곳이고, 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는다. 암묵지도 쌓여있다. 표준 공급자가 바로 들어가기에는 허들이 많다. 달리 표현하면 사용자 혁신을 시도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산업제조는 공장이 없고 데이터가 없는 나라가 AI 기술만으로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분야다. 미국이 아무리 관세를 무기로 들이대도 공장은 아무나 짓고 운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AI 시대 21세기판 공장 전쟁은 한국이 AI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용자 혁신으로 나서면 말이다.

출처 : 경상일보(https://ww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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