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연 활동

과실연 활동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과실연) 창립 20주년 성명서

  • 날짜 20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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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창립된 바른 과학기술 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어느덧 출범 20주년을 맞이했다. 먼저, 우리나라의 척박한 시민운동 여건 속에서도 과학기술 시민운동을 묵묵히 전개해 온 과실연 회원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면서 그간의 성과가 있다면 이 기회를 빌어국민과 함께 자축하고자 한다. 특히, 20년 전 과학기술 선진사회로의 발돋움을 위해서 국민이 이끌고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기술 시민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과실연을 출범시킨 발기인, 초기의 상임공동대표단 및 역대 운영진과 회원 그리고 이 운동을 밖에서 지원해 준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이 보편적 사회발전의 원리가 되는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여야 한다. 과실연 창립 발기인들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변화가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인식이 20년이 지난 오늘 더욱 유효함을 확인하고 있다.
 
과실연이 설립된 2005년 당시 정부는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모방단계에서 혁신 초기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이 되는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는 과학기술의 역할을 경제발전 중심에서 환경보건교통교육금융 등 사회 전 분야로 확대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의 사회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였다. 산업화 이후 발전전략으로서 이는 매우 합리적인 과학기술 정책전환의 방향이었다. 그러한 정책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보편적 사회발전의 원리가 되는 사회적 기반의 구축이 필수적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장기적이고도 일관성 있는 정책은 물론, 국민들의 적극적 지원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과학기술 발전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매개하고 촉진하는 단체로서 과학기술계 내·외부의 전문가가 중심이 된 과실연의 출범은 시대적 요청이자 사명이었다.
 
그러나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오늘 한국 사회가 창립 당시 과실연이 내 건 '바른 과학기술 사회'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 20년간 모방에서 탈피하고 진정한 자기주도적 혁신을 추구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첫째, 5년 단임제 정부는 정책의 단기성과 극대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장기적 비전과 투자가 필요한 과학기술보다 단기성과와 레토릭(수사학)’에 집중해 왔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리사회의 '과학적 대응력'을 키우기보다 과학기술을 정치적 이목을 끌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과학의 정치화' 현상이다. '혁신경제', '녹색기술',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 등 화려한 슬로건 속에서 각 정부는 과학기술을 '정치적 구호(Political catchphrase)' 혹은 '정치적 장식품(Political cosmetics)'으로 이용해 온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한 과학기술정책이 단기적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으나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경제·사회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과학기술적 잠재력을 키우는 데는 실패하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점은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과학의 정치화'에 앞서 '정치의 과학'가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과학기술 정책을 선택하고 집행하는 정치라면 무엇보다 합리성에 바탕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 수립의 기본이 과도하게 투자인력 등 자원과 논문, 특허 등 정형화된 성과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지표 중심에 머물러 왔다. 그러한 이러한 양적 성장 중심의 정책이 단기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었을지 모르나,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중요한 폐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1) 극대화를 위한 자원의 전략적 집중은 우리 과학기술 시스템에서의 다양성 창출을 저해하였고,
2)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기 어려운 위험회피(Risk-avert) 문화가 팽배해지며 창의적 연구를 더욱 어렵게 함으로써,
3) 연구개발 투자에서는 세계 선두그룹에 속하면서도 창의적 과학성과 창출에서는 뒤지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과학기술의 바람직한 진화를 위해서는 이런 폐해의 시정이 요구된다.

셋째, 과학기술 정책의 변화과정에서 국민의 참여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선진국의 경과학기술의 사회적 역할, 과학기술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 그리고 정부와 과학기술의 관계는 다양한 사회적 토론과정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 for science and technology)'에 기반하는 것이다. ,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큰 틀은 다양한 사회적 토론과정을 거쳐서 결정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산업화를 위한 과학기술'이라는 국민적 합의 이후 우리 사회와 과학기술의 관계에 대한 국민적 토론은 전문가 집단에서조차 제대로 된 논의된 적이 없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출연()의 경우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출연()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지만 산업화 이후 출연()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출연()의 불안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토론은 과실연의 설립 취지라는 점에서 앞으로 그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 성년을 맞는 과실연은 당초 목표로 내세운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해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가. 과실연이 '바른 과학기술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는데 기여했지만, 이를 더욱 발전시켜 진정한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데는 한계가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과실연이 주창한과학기술이 보편적 사회발전의 원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사회적 기반 조성을 예를 들어보자. 이러한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프라 구축은 물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체제를 갖추는 것이 그 핵심이다. 하지만 그동안 과실연의 활동 방식은 토론회,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한 정책 비판 및 대안 제시, 국민 과학 참여운동 등의 전통적 활동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과실연 내부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자체 진단하면서 앞으로 이들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한다:
 
첫째, 과실연이 바른 과학기술 사회 구축이라는 큰 목표는 제시했지만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일관성 있는 독자적인 전략을 찾지 못하였다. , 바른 과학기술 사회의 조건이 무엇이며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과실연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과실연이 민간단체로서 바른 과학기술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단계적인 운동 과제 구체화가 필요하다.
 
둘째, 과실연이 과연 국민적 관점에서 과학기술 운동을 해 왔는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 예산 정책 등 과학기술 관련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국민의 입장보다는 과학기술계의 입장에서 논평하고 비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과학기술 관련 이슈에 대한 국민적 입장이 무엇인가에 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과실연의 기본 원칙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셋째, 과실연은 바른 과학기술 사회를 만든다는 큰 목표를 추구하는 국민운동의 주체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물적, 조직적 자원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였다. 체계적이고 연속성있는 활동을 위해서는 독립적이며 안정적인 자원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특단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과실연은 20주년을 자축하기보다 미래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 앞에서 지적한 자체 취약점을 보완하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다음과 같은 활동에 과실연의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국민 운동단체로서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첫째,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많은 문제는 과학기술 정책을 주도하는 정치와 과학기술 활동을 수행하는 과학기술계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과학기술은 사회발전에 필수적인 지식을 창출하고 정치는 지식 창출에 필요한 자원을 배분한다. 그런 이유로 과학기술-정치의 관계는 상호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과학기술과 정치의 원활한 상호관계는 바른 과학기술 사회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따라서 20주년을 맞은 과실연은 과학기술-정치 간의 소통을 촉진함으로써 '정치의 과학화'에 나설 것을 선언한다. 미래의 국가지도자 양성을 위해 '과학정치학교'를 개설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인의 정치적 문해력(political literacy)을 높여 정치-과학기술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인의 정치 참여를 지원할 것이다.
 
둘째, 국가의 중요한 과학기술 제도와 정책의 변화에 대한 사회적 담론과 토론을 주도함으로써 정책변화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핵심적인 매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국가를 넘어 인류의 생존과제인 인공지능(AI) 대전환과 탄소중립 에너지로의 대전환은 과학기술 기반의 연구와 실증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과실연은 정부를 포함한 산학연 혁신 주체와 민간 사회단체를 포함하는 토론회 등을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각계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수렴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셋째, 한국 혁신체제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혁신 주체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함으로써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 연구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선순환 구조의 형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혁신 주체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구자원의 상호 교류는 혁신체제의 장기적 효율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과실연은 정---연 협의체를 구성하여 혁신체제에서 상호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 등에 대해 논의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도출하여 사회적 토론을 통해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노력을 주도할 것이다.
 
과실연이 새롭게 출발하고자 한다. 지난 20년의 활동 경험과 반성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과학기술 국민운동을 위한 자원과 조직을 재정비하고 전략적 우선순위를 재설정하여 우리나라를 '바른 과학기술 사회'로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을 굳게 다짐한다.


2025.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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